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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
글 : 김 선 영(미술평론가)

한동안  미음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보라보라고도  했고,  누군가는  그럴만한  시기이니  조용히  견더보라고도  했다.
여기가  너무  괴로워서  잠시라도,
솔직히  꽤오랜  시간 동안  어디론가  도망가  있고  싶었다.
이런  무기력증과  불안과  서러움이  잦아들때까지,
항상  그렇듯이,
마음과  현실은  달라서  어디  여행이  가당키나  한가?
모든  일에  손을  놓고  동굴속에  들어가버리는것이 가능한가
이런때는  돌아오는  내일이  끔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태양은  어김없이  떴고  해야  할일이  쌓여있었다.
이런것들을  버리고  떠나지  못함이  나의  우매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해야  할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  신동권의  작품세계에  대한
글을  쓰는것도  내가  떨쳐  버리지  못한  일들중  하나였다.
그를  만나러  가는길은  멀고,  피곤하고,  씁쓸했다.
완연히  초겨울에  접어든  날씨는  우중충  하고  추웠다.
겨울을  부르는  비가  내릴  기세였다.
신동권선생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전부는  40여년을
전업작가로  살아왔다는것,
그  세월동안  태양과  나무를  그려왔다는  것이다.
다만  다행으로  안정적이면서  굳건해  보이는  나무의  역동성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작업실은  언뜻  보기에도  작품들로  가득차  있었다.
완성된  작품들은  물론이고  이제  막  밑작업을  끝낸  캔버스도
있었다.
작업실에서의  인터뷰의  매력은  바로  이런  풍경이다.
두시간 반동안의  대면은  거의  조용히  말씀을  듣고  
작품을  보는것으로  채워졌다.
풍경도  아니고,  정물도  아닌   딱히  구상도  아니고  추상도  아닌
작품들은  볼수록  묘한  구석이  있었다.
처은  나의  눈을  끈  나무보다는  태양이  그의  꾸준한  주제라고
했다.
가장  근원적인  존재로서의  태양과  그  에너지를  받고  태어난
대지이자  인간의  상징으로서의  나무,
하지만  여전히  나의  관심사는  나무였다.
작품속의  나무들은  강인하고  굳세어보였고
세월의  흐름이나  풍파를  초월한  듯이  보였다.
내가  겪은  작은  시험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좌절,
주변에  대한  실망과   불안을  나무들은  모르는것  같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찬찬히  작품들을  들여다  보았다.
근래에와서  나무의  형상이 추상화된  인간군상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꼬물꼬물  완전한  형상이자  자신들의  근원인  태양을  향해
아우성치며  나가는  인간군상들중  하나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련들과  마음  아픔을  이겨내고나면  나에게도
저런  둥근  태양이  떠올라  주었으면.............
작품들  하나하나는  그색깔과  질감에  따라  매우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비슷한  구성과  동일한  주제는  색채의  변주와  약간씩  다른  
재료들에  따라  완전이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황량한  겨울날의  풍경같은  작품속에서  무거웠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붉은  주조의  작품을  보고는  SF영화의  배경이되는  화성을
떠올리기도  했다.
파란색의   하늘을  펼쳐내고  있는  작품을  통해서는  마치  밤의
한가운데서  별들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에  태양이  떠있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무척이나  당연하게  받아드리게  만든다.
편안하게  시선을  옮겨가면서  계속해서  다른  공간,
다른  시간속으로  들어갔다.
색채  변화를  통해  분할되거나  오브제를  사용해  구성된  화면은
충분한  깊이감을  통해  일루젼에  가까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효과는  작품에의  몰입을  용이하게  한다.
집중적인  몰입은  이런식으로  관념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어린  왕자가  혹성 B612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행성들을
거친것처럼  나도  이작품  저 작품  사이를  떠돌면서  여행을  했다
  작품들이  담고있는  세계는  제각각이었지만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어서  내가  발딛고  있는  이곳이  현실이  아닌것  같다는
느낌들은  공통적이었다.
작품들속에는  사계절을  느끼게하는  시간의  흐름과  독특한  장소들이  존재했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졌다.
이미지의  힘이   고단한  현실을  보듬어  주었다고나  할까?
  신동권선생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이상적인  세계가  험난하고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는  눙을  가릴지는  모르나,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뮬라크가  지배하는  사회인데,
이미지에서  위안과  살아갈  기운을  얻는다고  나쁠것도  
없을것  같다.
예술  작품의  이미지가  고의적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감추고  장미빛  비전만을  제시하는것은  큰  문제이지만
아름다운  그림  한점이  희망을  준다면,  
기울면  차고  차면  기우는  순환의  원리를  문득  상기시킨다면
그것은    예술작품의  순기능이  될것이다.
더욱이  그의  제목들은  "日出-信望愛"다.
작품이  스스로  제목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  오기전까지  내가  철저하게  회의하고  비관했던  가치들이
그의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였다.
우연의  일치가  가끔  사람을  웃게  하기도  한다.
작품들  사이를  관통하는  짧은  여행을  마친후
나는  작은  삶의  여유를  되찿았다.
숨토이  트이는  듯했다.
그림  한점이  인생을  바꿔놓았다거나  내가  처한  현재의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해  주었다고  말하는것은  아니다.
다만  한 발짝  뒤로  물러날만한   여유를  찿게  해주었다는
뜻이다.
   신동권작가의  작품에  알맞는  "우주의  교향곡"이라거나
"원초적  낙원의  형상화"라는  거창한  시적인  표현을
나는  찿아낼  능력이  없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것은  
그가  말하고  싶어하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을
작품이  그대로  얘기하고   잇다는것,
信,望,愛가  작품속에  적절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쓴  김선영은  홍익대에서  미술비평을  전공하고
계간 조각의  수석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계간  미술과  비평"  2006 겨울호에  게제된  평론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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